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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없어도 되는 ‘~에 있어’

“그는 일에 있어서나 사랑에 있어 열정적이다”에서와 같이 흔히 쓰는 말에 ‘~에 있어(서)’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어에서 ‘니오이테(において)’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에 있어(서)’가 된다.   이전에는 쓰이지 않던 이 말이 일제시대 들어 흔히 사용됐다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요즘은 들어가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남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에 있어(서)’는 대부분 없어도 되는 군더더기 표현이다.   “당신은 나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입니다” “마음이 열리지 못한 사람에게 있어 삶은 고된 시련의 장일 수밖에 없다”에서 ‘~있어’는 모두 필요 없는 말로 ‘~에게’로만 해도 충분하다.   “남녀의 차이는 생리적인 것일 뿐 능력에 있어서는 대등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는 확고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에서도 ‘~있어’는 불필요하다. 각각 ‘능력에서는’ ‘순간에는’으로 하면 된다.   다만 “나는 집에 있어서 바깥일은 잘 모른다”에서의 ‘어서’는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집에 있기 때문에’란 뜻이다. “돈이 없어서[없기 때문에] 결혼도 못 한다”에서의 ‘어서’와 같은 용법이며 위에서 얘기한 ‘~에 있어(서)’와는 다르다.우리말 바루기

2024-04-25

[우리말 바루기] ‘가지다’를 줄여 쓰자

번역투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것 중에 ‘~를 가지다(갖다)’ 형태가 있다. 우리말에서 잘 어울리는 다른 서술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다’ ‘갖다’를 남용하는 것은 영어의 ‘have+명사’를 ‘가지다’ 또는 준말인 ‘갖다’로 단순 번역하는 데 익숙한 탓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즐거운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가 대표적인 예로 “Have a good time”을 직역한 것이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나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가 우리말에서 어울리는 표현이다. ‘가지다’는 소유의 개념 외에도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어 두루 쓸 수 있는 단어이긴 하다. 그러나 경우를 가리지 않고 마구 사용함으로써 어색한 문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자회견을 갖다’ ‘회담을 갖다’ ‘집회를 갖다’ ‘간담회를 갖다’ 등은 ‘열다’ ‘하다’ ‘개최하다’ 등이 어울리는 자리에 ‘갖다’를 쓴 경우다.     ‘가지다’를 남용하면 더욱 어색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세 명의 가족을 가지고 있다”가 그런 예로 가족이 소유물인 듯한 표현이다. “나에게는 세 명의 가족이 있다” 또는 “우리 가족은 세 명이다” 등이 자연스런 표현이다.   이처럼 ‘가지다(갖다)’를 남용함으로써 정상적인 우리말 표현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열다’ ‘있다’ ‘하다’ ‘보내다’ 등 다른 적절한 단어로 바꾸어 쓰거나 우리말답게 문장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표현 명의 가족 우리 가족

2024-04-24

[우리말 바루기] ~에 의해’는 불필요

‘~에 기초해’ ‘~로 말미암아’의 뜻으로 쓰이는 ‘~에 의해’가 있다. 그러나 전혀 필요 없는 곳에 집어넣거나 다른 말이 어울리는 자리에 마구 사용하는 등 ‘~에 의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에 의(依)해’를 남용하게 된 것은 일본어에서 자주 나오는 ‘~니욧테(~に依って)’ 또는 영어 수동태 문장의 ‘by~’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친구들에 의해 소외당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에 의해 높은 소질을 키울 수 있다”에서는 각각 ‘친구들에게’ ‘교육으로’가, “자연은 일정한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광고에 의해 자신의 욕구와 관계없는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에서는 각각 ‘목적에 따라’ ‘광고 때문에’가 어울린다.   더 큰 문제는 ‘~에 의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영어의 ‘by’를 단순히 ‘~에 의해’로 번역해 우리말 체계와 다른 피동문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The book was written by Dr. Kim”을 대부분 “그 책은 김 박사에 의해 쓰였다”로 번역한다. 그러나 능동문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말로는 “김 박사가 그 책을 썼다”가 정상적 표현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에 의해’를 사용한 피동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적 지위 이동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등이 그런 예다. 능동문인 “교육이 사회적 지위 이동을 좌우한다”가 자연스럽다.우리말 바루기 불필요 사회적 지위 우리말 체계 영어 수동태

2024-04-23

[우리말 바루기] '왠'과 '웬'

글을 쓰면서 가장 헷갈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왠/웬’이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막상 사용하려면 어느 것이 맞는지 또 아리송해진다.   가장 헷갈리는 경우는 ‘왠지’ ‘웬지’다. 발음이 거의 같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답은 ‘왠지’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라는 뜻이다. “올해는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왠지 오늘은 달달한 것이 당긴다”처럼 쓰인다.   ‘왠지’가 ‘왜인지’의 준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웬지’로 쓰지 않을 수 있다.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을 뜻하는 관형사다. 관형사는 명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따라서 ‘웬’ 다음에는 반드시 명사가 온다. “이리 늦다니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걱정이 그렇게 많아”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그럼 ‘왠걸’은 어떻게 될까? ‘웬걸’이 맞는 말이다. ‘웬 것을’이 줄어 ‘웬걸’이 됐다. “웬걸 먹을 것을 이리도 많이 사왔냐?” “웬걸 사람이 이렇게 많이도 모였냐?” “안 먹던 술을 웬걸 그렇게 많이 먹었던지”처럼 쓰인다.   ‘왠일’도 틀린 말이다. ‘어찌 된 일’이라는 뜻으로 원래 ‘웬 일’ 형태였겠지만 ‘의외’라는 의미의 한 단어로 취급해 ‘웬일’이 됐다.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 “이게 웬일이냐” “지각 한 번 없던 그가 결석을 하다니, 웬일일까?와 같이 사용된다.우리말 바루기 웬일로 여기

2024-04-22

[우리말 바루기]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

다음 중 ‘한 번’ 띄어쓰기가 바른 것은?   ㉠ 언제 밥 한 번 먹자   ㉡ 한 번 해보겠습니다   ㉢ 너 말 한 번 잘했다   ㉣ 한 번만 봐주세요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이를 글로 적는다면 ‘한번’을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한번’ ‘한 번’ 띄어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정리하면 ‘한번’은 기회·시도·강조를 뜻하고, ‘한 번’은 횟수를 의미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에서는 기회를 뜻하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도 이런 경우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한번’을 역시 붙여 써야 한다. “한번 먹어 보자” “일단 한번 가 보자” 등도 마찬가지다.㉢“너 말 한 번 잘했다”도 강조를 나타내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춤 한번 잘 춘다” “공 한번 잘 찬다”도 이런 예다.   ㉣“한 번만 봐주세요”에서는 위 예들과 달리 횟수를 나타내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횟수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답은 ㉣.   그렇다면 여기에서 어려운 문제 하나 더. ‘다시 한번’ ‘다시 한 번’은 어느 것이 맞을까? 이에 대해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국립국어원은 2015년 의미 구별 없이 붙여 쓰는 것으로, 즉 ‘다시 한번’으로 통일하기로 했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의미 구별 거짓말 1위 문제 하나

2024-04-21

[우리말 바루기] ‘대로’의 띄어쓰기

“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피카소전을 찾은 관람객은 어김없이 이 문구 앞에 머문다. 관람평에도 빠짐없이 인용되는데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는대로’ ‘생각하는대로’와 같이 붙이면 안 된다. 이때의 ‘대로’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는 게 바르다. 의존명사는 혼자 사용하지 못하지만 문법적으로 독립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의존명사 ‘대로’는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 어떤 상태나 행동이 나타나는 즉시 또는 족족의 뜻으로 쓰인다. “아까 들은 대로 전할게”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 뒤에 오며 앞말과 띄어 쓴다.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을 알까요”처럼 어떤 상태가 매우 심하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대로’를 앞말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조사일 때다. 체언 뒤에 붙어 앞에 오는 말에 근거하거나 달라짐이 없음을 나타낸다. “계획대로 하지” “네 마음대로 하렴”처럼 쓰인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생활하자”와 같이 따로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도 사용된다.   ‘대로’가 놓일 자리에 ‘데로’를 잘못 쓸 때도 종종 있다.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십시오”는 ‘대로’가 와야 뜻이 통한다. 반대일 때도 있다. “네가 있는 대로 우리가 찾아갈게”와 같은 경우 ‘데로’가 와야 한다. 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2024-04-18

[우리말 바루기] ‘애시당초’는 없는 말

“애시당초 금연은 안 될 일이었어” “끼니를 거르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애시당초 무리였다.”     위에서처럼 일의 맨 처음을 나타낼 때 ‘애시당초’라는 말을 쓴다. ‘애시’와 ‘당초’가 만나 ‘애시당초’가 된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이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애시’는 ‘애초’의 사투리이므로 ‘애초’라는 말을 써야 한다. ‘애시당초’ 역시 ‘애당초’가 맞는 말이다.   ‘애당초’는 ‘애시’와 ‘당초’가 아닌 접두사 ‘애-’와 ‘당초’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당초(當初)’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나타내는 말로 “일이 당초의 생각과는 다르게 풀렸다” “그의 본심이 어디 있는지는 당초부터 알 만한 것이었다” 등처럼 쓰인다. 이 ‘당초’에 ‘맨 처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애-’가 붙어 ‘애당초’가 됐다. 즉 접사 ‘애-’를 붙여 ‘당초’의 뜻을 한 번 더 강조한 말이 ‘애당초’다.   ‘애당초’는 “그 일은 애당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당초 시작하지 마라” 등과 같이 사용된다. 줄여 ‘애초’로도 쓸 수 있다.     비슷한 말로 ‘애저녁’이 있다. 그러나 ‘애저녁’도 ‘애시당초’와 마찬가지로 표준어가 아니므로 ‘애당초’로 표기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생각 자체

2024-04-17

[우리말 바루기] ‘꾀다’와 ‘꼬시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끄는 것을 ‘꾀다’라고 한다. “대출금리를 낮춰 주겠다며 꾀어 돈을 가로챈 일당” “대출을 받아 준다며 저신용자들 꾀어 사기 행각” 등처럼 쓰인다.   ‘꾀다’를 대신할 수 있는 동사가 또 있다. ‘꼬이다’로 표현해도 된다. “투자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꼬여 돈만 가로채는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와 ‘꼬이다’는 복수표준어다.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 이런 유형의 복수표준어에는 ‘괴다/고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 등이 있다.   ‘꼬드기다’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는 뜻이다. “금연한 지 두 달째인데 꼬드기지 마”처럼 사용한다.   입말에서 세를 넓힌 ‘꼬시다’는 뒤늦게 표준어가 됐다.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원래는 ‘고소하다’의 강원·경상·전라도 사투리였다. 이성과 사귀려고 수작을 부리다 등의 의미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면서 2014년 표준말이 됐다. ‘꾀다’와 어감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표준어로 추가한 경우다. “먹는 걸로 꼬시는 거야?”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꼬이다, 꼬드기다, 꼬시다’는 말맛 차이가 있으나 상대의 마음을 꾀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끄는 것을 뜻한다.우리말 바루기 별도 표준어 사기 행각 어감상 차이

2024-04-16

[우리말 바루기] 헷갈리는 ‘되레’와 ‘외려’

분명 화낼 사람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잘못한 당사자가 펄쩍 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닥친다면 “잘못은 네가 해 놓고 되레 나한테 화를 내면 어떡해!” “잘못한 놈이 외려 큰소리야!” 등과 같이 말하게 된다.   이처럼 예상·기대와는 다르게 되는 경우 ‘되레’나 ‘외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도와주려고 한 일이 되려 폐만 끼쳤다” “자기가 잘못하고선 외레 큰소리친다” 등처럼 ‘되레’ 대신 ‘되려’, ‘외려’ 대신 ‘외레’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각각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우선 ‘되레’는 ‘도리어’의 준말이다. ‘도리어’가 줄어들면 ‘되려’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되레’가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외려’도 ‘외레’가 맞는 말일까? 이 경우에는 반대다. ‘오히려’의 준말로 ‘외레’가 쓰이기도 하지만 ‘외려’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경우이지만 모양이 다른 ‘되레’와 ‘외려’가 각각 표준어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선 같은 구조의 ‘되레’와 ‘외레’, ‘되려’와 ‘외려’로 짝을 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밖에 없다. 즉 ‘되레’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에 ‘외려’ 역시 ‘외레’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도리어’의 ‘어’와 ‘오히려’의 ‘려’가 준말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기억하면 ‘되레’와 ‘외려’로 바르게 쓰는 데 도움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2024-04-15

[우리말 바루기] ‘원활’, ‘원할’

많이 쓰면서도 헷갈리는 단어가 ‘원활/원할’이다. “‘원활/원할’한 공급을 위해 사전 예약 서비스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등처럼 심심치 않게 나오는 낱말이지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바른 표현은 ‘원활’이다. ‘원활(圓滑)’은 거침이 없이 잘되어 나감을 뜻하는 한자어다. ‘둥글 원(圓)’ 자와 ‘미끄러울 활(滑)’ 자로 이루어져 있다. ‘활(滑)’은 거침없이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윤활유(潤滑油)’의 ‘활’ 자를 생각하면 ‘원활’도 바르게 적는 데 도움이 된다. ‘원할’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낱말, 즉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원활’은 모난 데가 없고 원만한 것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인간 상호 관계의 원활은 상대와의 충돌이 없음을 의미한다”처럼 사용된다.   ‘활’을 써야 할지, ‘할’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어로는 ‘역활’과 ‘역할’도 있다. 이때는 ‘역할’이 바른 말이다. ‘역할(役割)’은 ‘부릴 역(役)’ 자와 ‘나눌 할(割)’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역활’은 없는 낱말이다. ‘원활’과 같은 모양의 ‘역활’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활인’‘할인’ 역시 헷갈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활인/할인 행사가 어제 시작됐다”처럼 나올 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나눌 할(割)’ 자와 ‘끌 인(引)’ 자를 쓴 ‘할인’이 바른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원활 할인 행사 단어 가운데 사전 예약

2024-04-14

[우리말 바루기] ‘한참때’, ‘한창때’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전성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한참때/ 한창때)는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나도 (한참때/ 한창때)는 어마어마하게 잘나갔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괄호 안에는 어떤 단어가 적절한 말일까?   ‘한참’과 ‘한창’은 각각 의미가 다른 단어이므로 문맥에 따라 정확한 것을 골라 사용해야 한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오랫동안, 한동안’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너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강물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 도착했다“ 등과 같이 쓰인다.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무르익은 때를 뜻한다. ”남해에는 벌써 봄이 한창이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참’은 시간의 흐름에, ‘한창’은 특정한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두의 예문에서는 두 문장 모두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하고 활발한 때를 뜻하므로 ‘한참때’가 아니라 ‘한창때’가 맞는 말이다.   기운이 한창인 젊은 나이를 표현할 때도 ”한참나이에 놀기만 해서야 되겠느냐“에서와 같이 ‘한참나이’라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한창나이’가 바른말이다.   ‘한창때’는 ‘한창’과 ‘때’, ‘한창나이’는 ‘한창’과 ‘나이’가 만나 이루어진 합성어다. 우리말 바루기 한참때 한창때 문장 모두

2024-04-11

[우리말 바루기] ‘배 속’과 ‘뱃속’의 차이

태명과 관련해 반드시 띄어야 하는 말이 있다.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뱃속 아이를 ‘열무’라고 부른다”처럼 쓰면 안 된다. ‘배 속’으로 띄고 [배 속ː]으로 읽어야 한다.   ‘배 속’과 ‘뱃속’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신체 내부를 관찰하는 내시경으로는 ‘뱃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올라 있다.   신체 부위인 배 안을 가리킬 때는 ‘배 속’과 같이 띄어 쓴다. 사전에서 ‘태아’를 검색하면 ‘어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라고 나온다. “그들의 검은 뱃속을 미처 몰랐다”의 경우에는 육체적인 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음흉한 속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뱃속’으로 붙여 적고 [배쏙/밷쏙]으로 발음한다.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달라지는 단어로는 ‘가슴 속’과 ‘가슴속’도 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거칠게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와 같이 가슴 안쪽 부분을 이르면 ‘가슴 속’으로 띄어야 한다.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추억”처럼 ‘마음속’의 의미라면 ‘가슴속’으로 붙인다.   문제는 ‘속’이 붙는 단어들의 의미와 띄어쓰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콧속’은 코의 안쪽, ‘귓속’은 귀의 안쪽을 나타내지만 붙인다. ‘뱃속’과 ‘배 속’이 다른 뜻임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효율성 측면에서 ‘뱃속’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뱃속 뱃속 아이 가슴 안쪽 현재 표준국어대사전

2024-04-10

[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를 ‘햇볕’이라 해야 할까, ‘햇빛’이라 해야 할까?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한다. 태양의 열(熱)과 관련된 것으로, 살갗을 통해 뜨거움 또는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아직도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한다” “햇볕에 피부를 그을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을 뜻한다. 태양의 광(光)선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다. 이로 인해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한낮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집 안 곳곳에 커튼을 쳐 놓았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비가 그친 뒤 눈부신 해가 비친다면 이는 태양의 광선과 관련된 것이므로 ‘햇볕’이 아니라 ‘햇빛’이 적절한 표현이다. 즉 ‘눈부신 햇볕’이 아니라 ‘눈부신 햇빛’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다.   문제 하나 더. “○○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닷가에서는 선크림을 바르고 긴팔 옷을 입는 등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에서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은 ‘햇볕’과 ‘햇빛’ 가운데 어느 것일까? 여기에서는 명암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뜨거움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이므로 ‘햇볕’을 써야 바르다. 눈이 부신 건 ‘햇빛’, 뜨거운 건 ‘햇볕’이라고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햇빛 햇볕 문제 하나

2024-04-09

[우리말 바루기] 장애인에게 상처 주는 말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구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꿀 먹은 벙어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등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알듯이’ ‘주먹구구식’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관용구에는 ‘눈먼 돈’과 ‘외눈박이 ○○’도 있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나 우연히 생긴 공돈을 뜻한다. ‘외눈박이 ○○’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파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상황에 따라 ‘눈먼 돈’은 ‘주인 없는 돈’, ‘외눈박이 ○○’는 ‘편파 ○○’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 또한 장애를 질병이나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눈 뜬 장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귀머거리 삼년’ ‘절름발이 정책’ 등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등이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이라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장애인 상처 장님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절름발이 정책

2024-04-07

[우리말 바루기] ‘경신’, ‘갱신’

총선에 대한 관심이 열기를 더해 갈 때마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경신/갱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과 같은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경신’과 ‘갱신’ 중 어떤 것을 써야 할지 헷갈리곤 한다.   ‘경신’과 ‘갱신’이 혼재돼 쓰이는 이유는 둘 다 같은 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更新’은 ‘경신’으로도, ‘갱신’으로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각각 어떠한 경우 달리 읽는지 알아야 적확한 단어를 골라 쓸 수 있다.   ‘경신’은 기록경기 등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리거나, 어떤 분야의 종전 최고치 또는 최저치를 깨뜨리는 일을 나타낼 때 쓰인다. 따라서 위 예문에 나온 표현들은 모두 ‘갱신’이 아닌 ‘경신’을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갱신’은 법률관계의 존속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나,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기존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다.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여권 갱신을 하기 위해 구청에 들렀다” “시스템 갱신을 위해 업데이트를 받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정리하자면, ‘기록을 깬다’는 의미를 나타낼 땐 ‘경신’을, ‘다시’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을 땐 ‘갱신’을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경신 갱신 시스템 갱신 여권 갱신 종전 최고치

2024-04-04

[우리말 바루기] 헷갈리는 사자성어

다음 사자성어 중 표기가 바른 것은?   ㉠ 야밤도주 ㉡ 포복졸도 ㉢ 산수갑산 ㉣ 성대모사   사업하다 망해 몰래 도망치거나 남녀가 사랑 때문에 부모 몰래 도망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도망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밤에 주로 실행하기 때문에 ㉠ ‘야밤도주’가 맞는 표현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반도주(夜半逃走)’가 정확한 표기다. 여기에서 한자 야반(夜半)은 밤 야(夜), 반 반(半)으로 구성돼 있으며 밤이 깊은 때, 즉 밤중을 뜻한다.   살다 보면 배를 그러안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는 경우가 있다. 심하게 웃다 보면 정말로 숨이 막혀 졸도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 ‘포복졸도’가 옳은 표현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확한 표기는 ‘포복절도(抱腹?倒)’다. 여기에서 ‘포복(抱腹)’은 배를 그러안음을, ‘절도(?倒)’는 까무러쳐 넘어짐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닥쳐올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단행할 때 ㉢처럼 ‘산수갑산’이라 얘기하기 십상이다. 산과 물이 있는 산을 생각하면 ‘산수갑산’이 맞는 말인 듯도 하다. 그러나 정확한 표기는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산골이라는 ‘삼수’와 ‘갑산’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시대 귀양지의 하나였다고 한다.   ㉣ ‘성대모사(聲帶模寫)’는 맞는 표기로 정답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짐승 등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대묘사’라고 잘못 쓰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사자성어 다음 사자성어 사랑 때문

2024-04-03

[우리말 바루기] ‘멋쩍다’

‘멋적은 미소’ ‘멋쩍은 미소’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멋쩍은 미소’가 맞는 말이다. ‘멋쩍다’는 “그들을 다시 보기가 멋쩍었다” “자신의 행동이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등처럼 사용된다.   ‘멋쩍다’ 외에 ‘겸연쩍다’ ‘수상쩍다’ 등도 비슷하게 헷갈리는 경우다. 이처럼 ‘-적다’로 써야 할지, ‘-쩍다’로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것은 ‘-쩍다’의 어원이 ‘-적다(少)’에서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구분하려면 어원의 의미, 즉 ‘적다(少)’에서 멀어졌는지를 보면 된다. ‘적다’는 의미가 유지되고 있다면 ‘-적다’를, 어원에서 멀어져 ‘적다’는 의미로 쓰이지 않고 있으면 ‘-쩍다’를 붙인다.   따라서 재미나 흥미가 거의 없어 싱겁다는 뜻을 가진 ‘맛적다’의 경우 발음은 [-쩍다]로 소리 나지만 ‘적다’는 의미가 포함됐기 때문에 ‘맛적다’로 써야 한다. 기력이 약해 힘차게 앞질러 나서는 기운이 없다는 의미의 ‘딴기적다’ 역시 같은 이유로 ‘-적다’가 붙는다.   이와 달리 ‘멋쩍다’ ‘겸연쩍다(쑥스럽거나 미안해 어색하다)’ ‘수상쩍다(수상스러운 데가 있다)’ ‘객쩍다(행동 등이 쓸데없고 싱겁다)’ ‘맥쩍다(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등은 ‘적다’는 어원의 의미에서 멀어졌으므로 ‘-쩍다’를 붙여 써야 바르다. 우리말 바루기

2024-04-02

[우리말 바루기] 너무 멀음(?)

다음 중 ‘멀다’의 명사형은?   ㉠ 멈  ㉡ 멀음  ㉢ 멂   문법적인 용어로 ‘명사형 어미’라는 것이 있다. 문장에서 용언의 어간에 붙어 명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어미를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ㅁ’ ‘-음’ ‘-기’가 있다.   이 가운데 ‘먹기’ ‘말하기’ ‘잠자기’ 등처럼 ‘-기’가 붙는 경우에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다. ‘-ㅁ’이나 ‘-음’이 붙는 경우에 헷갈리는 요소가 발생한다.    문제의 ㉠처럼 ‘멀다’의 명사형을 ‘멈’이라 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리가 멈’ ‘학교가 너무 멈’이 이런 예다. ㉡과 같이 ‘멀음’이라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아직 멀음’ ‘갈 길이 멀음’이 이런 예다. 그럼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을까? 둘 다 맞는 표기가 아니다.   정답은 ‘㉢멂’이다. ‘멈’이나 ‘멀음’에 익숙하다 보니 ‘멂’이란 표기가 어색해 보이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언가 복잡하고 거칠어 보인다. 그러나 어간의 마지막 받침이 ‘ㄹ’로 끝나면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ㅁ’을 붙이기 때문에 ‘ㄻ’ 형태인 ‘멂’이 된다. ‘힘들다 → 힘듦’ ‘만들다 → 만듦’도 마찬가지다.   ‘멂’과 같은 형태인 ‘앎’과 ‘삶’ 역시 ‘암’ ‘삼’이나 ‘알음’ ‘살음’으로 표기하기 일쑤다. ‘멈’ ‘암’ ‘삼’ 등은 정확한 표기보다 빠른 전달을 우선시하는 문자메시지에서 많이 나오는 형태다.어쨌거나 어간이 ‘ㄹ’로 끝나는 경우에는 ‘㉢멂’처럼 ‘ㄻ’ 형태가 맞다고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명사형 어미 문법적인 용어

2024-04-01

[우리말 바루기] ‘~도록’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도록’을 자신에게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도록’은 “매일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었다” 등처럼 ‘~게끔’과 비슷한 뜻으로 주로 쓰인다.   그렇다면 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가 더욱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일본어의 영향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일본어에선 능동형(自分でやります)과 사동형인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自分でやらせていただきます) 모두 쓰이는데 뒤의 사동 표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를 따라 하거나 번역하면서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의 표현이 우리말에 스며든 것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있다.(오경순, 『번역투의 유혹』)   그렇다면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는 틀린 표현일까?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을 감안해 최근에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언어의 으뜸 가치인 간결성을 따진다면 “제가 하겠습니다”가 더욱 권장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사동 표현

2024-03-31

[우리말 바루기] ‘덤테기’ 씌우지 맙시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엉뚱한 사람에게 덤테기를 씌우지 마라”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서 ‘덤테기’는 맞는 표현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덤터기’가 맞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무데기’도 있다. 수북이 쌓여 있거나 뭉쳐 있는 더미 또는 무리를 나타낼 때  ‘무데기’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무더기’가 옳은 말이다.   이처럼 ‘덤테기’ ‘무데기’로 쓰는 것은 ‘ㅣ’ 모음 역행동화 때문이다. ‘ㅣ’ 모음 역행동화는 앞에 오는 ‘ㅏ, ㅓ, ㅜ, ㅗ’가 뒤에 오는 ‘ㅣ’에 동화돼 ‘ㅐ, ㅔ, ㅞ, ㅙ’로 바뀌는 현상이다. ‘덤터기’ ‘무더기’의 ‘ㅓ(터, 더)’가 뒤에 오는 ‘ㅣ(기)’의 영향을 받아 ‘덤테기’ ‘무데기’처럼 발음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에서는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낱말을 대부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덤테기’ ‘무데기’는 ‘덤터기’ ‘무더기’가 맞는 말이다.     ‘아지랑이’를 ‘아지랭이’로, ‘가랑이’를 ‘가랭이’로, ‘곰팡이’를 ‘곰팽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ㅣ’ 모음 역행동화로 인해 일어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놈팽이’ ‘놈팡이’는 어느 것이 맞을까? ‘놈팽이’란 말이 익숙하지만 이 역시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지 않은 ‘놈팡이’가 맞는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덤테기 모음 역행동화 대부분 표준어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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